그렇게 해커톤 전까지의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8월 19일이 다가왔습니다. 조금 일찍 부산역에 도착하신 shiftpsh 님을 만나 조금 놀다가 5시 반 쯤 벡스코에 도착했습니다.
행사장으로
센텀 신세계에서 출발했는데, 막연히 벡스코면 벡스코 역으로 가야겠지 하고 한 정거장 거리를 지하철을 탔습니다. 근데 벡스코 역과 실제 행사장은 거리가 꽤 됐고... 걷다가 센텀 신세계가 보였습니다. 무얼 위해 지하철을 탄 걸까요? 다음부터는 지도를 미리미리 확인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1300원과 약간의 다리아픔 정도면 깨달음에 대한 대가로는 적당한 거 같습니다.
행사장까지 가던 길에 수제맥주 페스티벌 현수막을 발견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정션과 일정이 기가 막히게 겹칩니다. 코딩하다 안 풀리면 맥주나 마시고 가라는 뜻일까? 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갔습니다. 대회 중간중간에 나와서 맥주를 마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긴 했지만 수제맥주 페스티벌에 참가하지 않고 잘 참았습니다. 물론 맥주를 마시지 않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행사장 도착
저번 글에도 우려먹은 사진입니다. 6시가 되기 조금 전 행사장 입구의 사진입니다. 도착한 뒤 미처 작성하지 못했던 코로나 19 관련 자가진단 설문을 작성하고 근처에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나머지 팀원분들도 곧 도착하셔서 간단한 통성명을 하고 (이 전까지는 정점이 4개고 간선이 4개인 그래프였습니다. 통성명 하면서 완전그래프로 만들었습니다.) 6시부터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렸습니다.
약 300명이 참가하는 대회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왔고 그만큼 줄이 길었습니다. 다행히도 미리 와서 기다린 덕분에 일찍 들어간 편에 속했던 거 같습니다. 정션 홈페이지에서 로그인을 하면 qr 코드를 발급받을 수 있었고, 해당 qr을 통해 등록 절차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등록 할 때 호텔 키와 함께 팀 번호를 안내해주셨고 행사장 안에서 티셔츠와 웰컴 키트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행사장 내부
행사장은 매우 넓고 쾌적했습니다. 앞에서는 DJ 분께서 나와서 디제잉을 해주셨는데 제가 그런걸 잘 즐기지 못하는 편이라 호응해주지 못한게 아쉽습니다. 왼쪽 벽에는 스낵바와 포토존, 인생네컷이 있었고 오른쪽 별에는 사이드 부스들이 있었습니다.
티셔츠는 짙은 푸른색이었습니다. 스탭 분들의 검정색과 대비되어 스탭분들을 찾기 편했습니다. 팜플렛에는 앞으로의 일정이 시간대 별로 정리되어 있었고 명찰 안에는 3일간의 식권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웰컴 키트에는 볼펜과 물병 등이 들어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희 팀은 62번이었는데 책상 위에는 스탠드와 멀티탭이 있었습니다. UCPC를 준비하면서 느꼈지만 큰 규모의 행사에서 의외로 곤란한 것이 전기였는데 잘 준비해주신 거 같아서 좋았습니다. 책상도 6인까지 수용 가능한 만큼 넓었습니다. 예산이 많으면 이렇게 할 수 있는 걸까요? UCPC도 이렇게 큰 규모의 행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글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shiftpsh 님께 대신 명찰에 이름을 적어 달라고 했습니다. 저 당시에는 아직 팀명을 정하지 못해서 공백입니다. 아래의 역할은 제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확실하지 않아서 체크하지 않았는데 실제로 나중에는 세 역할을 모두 하게 되었습니다.
일찍 입장해서 시간이 남은 김에 스낵바를 둘러보고 왔습니다. 과자가 잔뜩 쌓여 있었습니다. 사진에도 볼 수 있듯이 프링글스 어니언 맛이 벌써 많이 나갔는데 제가 좋아하는 맛인 만큼 빠르게 하나를 집어왔습니다. 어니언 맛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음료 냉장고에는 펩시 라임이 있었습니다. 정션의 최고의 해커톤임이 분명합니다. 이 외에도 인생네컷 부스에서 팀원 다 같이 사진을 찍고 오기도 했습니다. 살면서 처음 찍어본 인생네컷이었습니다. 이것이 인싸 문화? 재밌었습니다.
해커톤의 시작
7시 반쯤 입장이 거의 마무리되었는지, 개회식과 함께 각 트랙 챌린지가 공개되었습니다. 이 때부터는 발표에 집중하느라 사진을 찍지 않았기 때문에 사진이 거의 없습니다. 팜플렛이라도 찍어둘 걸 그랬습니다.
트랙 챌린지
정션은 후원사 별로 트랙이 존재하고, 각 트랙의 챌린지를 골라 해당 주제로 서비스를 개발하면 되는 해커톤입니다. 수상 역시 트랙별로 나눠서 시상하며 각 트랙의 1위를 선발해 그 중 최종 우승자를 가립니다. 이번 정션에는 총 네 개의 후원사가 트랙 챌린지를 발표했는데 AWS, Chainapsis, Microsoft, 그리고 ZEP이었습니다. 각 트랙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AWS(게임, 서버 아키텍쳐), Chainapsis(블록체인), Microsoft(협업), ZEP(메타버스)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대회장에 오기 전까지 저와 shiftpsh 님은 블록체인과 메타버스는 당연히 안 할거라고 생각했고 (한 번도 건드려 본 적이 없는 영역이었습니다) 협업과 게임 중에서는 그나마 게임이 재밌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왔습니다. 하지만 발표를 듣고 나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AWS 트랙의 경우 재밌어 보이기는 하나 절대적인 작업량이 많은 거 같다는 생각이 있었고 백엔드 인력이 부족한 입장에서 서버 아키텍쳐를 잘 짤 자신이 없었습니다. Chainapsis 트랙의 경우 발표에서 블록체인이 어려운 것이 아님을 강조해주셔서 어 우리도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icrosoft의 경우 사용해 본 적이 없는 툴을 사용해야 하는 데다가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고 ZEP 트랙의 경우 진입장벽이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때문에 경쟁률 역시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아이디어를 내던 중 고민 끝에 처음에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Chainapsis 트랙을 선택해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를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저와 shiftpsh 님을 제외한 팀원 두 분께서는 블록체인 트랙을 마음에 두고 있었고 저랑 shiftpsh 님이 생각보다 블록체인 트랙에 관심을 보여 다행이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꿈에도 몰랐는데 속았어요.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재밌는 트랙이었고 좋은 선택이었던 거 같습니다.
아이디어
저희 팀이 선택한 아이디어는 '노트북 꾸미기'였습니다. 맨 처음에는 토큰을 별로 해서 밤하늘 블록체인을 만들자 같은 아이디어도 있었는데 chainapsis 부스 가서 이야기 해 본 결과 transaction에 대한 보상으로 포인트를 주고 이 포인트로 아바타를 꾸미는 형식의 뼈대를 중심으로 아이디어를 내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저희 팀 눈에 띈 것은 노트북에 붙은 스티커였고 어 이거 완전 되는 아이디어 아니야? 하면서 기획에 살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여러 프로그래밍 관련 행사에서 스티커를 주는 만큼 개발자들이 스티커를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노트북에 스티커가 많을 수록 좋은 개발자라는 말이 있을 만큼 개발자들이 노트북에 스티커 붙이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해커톤에 참가한 사람들 대부분이 개발자인 만큼 관심을 끌기 좋은 소재였습니다.
기본적인 기획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먼저 사용자는 지갑을 생성한 뒤 깃헙과 연동시킵니다. 이후 깃헙에 커밋/머지/PR을 할 때마다 transaction이 발생하고 보상으로 DECO라는 재화가 주어집니다. 이 DECO를 이용해 노트북을 꾸밀 수 있는 스티커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각 커밋의 언어를 분석해 해당 언어의 스티커를 제공한다던가, 깃헙 잔디와 연동되는 잔디 스티커를 제공한다던가의 기획 역시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는 실제 깃헙 활동에 기반한 스티커로 노트북을 꾸밀 수 있고 하나의 자기소개처럼 기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또한 완성된 노트북을 NFT화 하는 것까지 기획에 포함되었습니다.
여기까지 기획한 뒤 첫 날의 Mission1을 제출하였습니다. Mission1은 팀명과 트랙을 제출하는 거였는데, 팀명은 서비스명에서 따와 decoGit으로 정하였습니다. 제출 후 통계를 확인해보니 여기 ZEP 트랙이 가장 경쟁률이 높았습니다. 의외로 Chainapsis가 두 번째로 경쟁률이 높아서 놀랐습니다.
여기까지 정한 뒤 야식으로 제공해 준 피자를 먹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아까 말했지만 수제맥주 페스티벌에 가지 않았을 뿐 맥주를 안 마시지는 않았기 때문에... 팀원들과 간단히 맥주 한 캔 씩 마시고 첫 날 일정을 자체종료 했습니다. 이 때 열심히 개발을 한 팀도 있던거 같지만 저는 꿀잠을 잤습니다. 이후 둘째 날에 밤새서 개발한 걸 생각해보면 이 때 잠을 자두지 않았으면 망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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