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슬슬 2022년도 마무리가 되어가는 만큼 한 해를 돌아보는 회고를 써보았습니다. 쓰는 이유는 별 거 없고... 주변 분들이 많이들 회고를 쓰고 계셨고, 블로그에 글을 올린지도 꽤 된 것 같아서 뭔가 올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목차가 필요할지 모르겠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 전생했더니 2022년이었던 건에 대하여
- PS러인데 알고리즘 문제해결을 할 수 없는 건에 대하여
- 저, 학점은 평균치로 해달라고 했잖아요
- 개발만 하는데 너무 어려움
- 대학원생이 되지 못한 나는 마지못해 취직을 결심했습니다
전생했더니 2022년이었던 건에 대하여
전생은 안 했지만 눈을 떠 봤더니 2022년이 되어 있었습니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고 느꼈어요. 2021년에 뭐했는지 생각해보려고 했는데, 회고를 쓰지 않아서인지 떠오르가 않네요. 공개된 장소에서 정확히 기술할 수는 없지만... 2021년에는 다사다난한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올해부터는 회고를 쓰니까 잘 기억할 수 있겠죠?
새해에 뭐하세요? 바쁘세요? 편지 써 주실 수 있나요?
저는 매 년 새해가 되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약 4년 쯤 되어온 거 같은데, 신년 연하장을 보내는 일입니다. 새해가 다가오면 그 해 가장 열심히 그렸던 캐릭터의 신년 일러스트를 그리고, 직접 그린 일러스트를 바탕으로 엽서를 제작하여 친한 분들에게 나눠 드립니다.
물론 연하장을 저렇게 엽서만 하나 보내는 건 아닙니다. 연하장을 받고 싶으신 분들의 주소를 수집하고, 1년 동안 모은 스티커를 사용해 엽서와 봉투를 예쁘게 꾸민 다음에, 1년 동안 모은 편지지 중 예쁜 편지지를 골라 손그림과 함께 손편지를 써서 우편으로 보내드립니다. 직접 만나서 전달하는 경우도 있고요.
최소 일주일은 꼬박 할 정도로 공수가 많이 드는 작업인데도 지금까지 해온건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평소에 감사한 분들에게 이런 기회를 통해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들을 전할 수도 있고, 손편지와 손그림에는 디지털로 표현할 수 없는 감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지금까지의 저는 새해에 그렇게 바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제목인 『 새해에 뭐하세요? 바쁘세요? 편지 써 주실 수 있나요? 』을 보면 유추할 수 있듯이 여러가지 이유로 바빠진 2023년에는 편지까지 쓸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연례행사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데, 여유가 생기면 좋겠어요.
PS러인데 알고리즘 문제해결을 할 수 없는 건에 대하여
2022년을 돌아보자면, 알고리즘 문제해결과 관련된 내용들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문제를 열심히 푼 건 2020년과 2021년이었지만 2022년에는 직접 문제를 풀고 대회에 나가는 대신 대회와 이벤트를 운영하고 이모티콘을 만드는 등 커뮤니티의 측면에서 많이 활동했습니다. 문제를 푸는 것도 물론 재밌지만... (재밌지 않으면 솔브드 스트릭을 지금까지 유지할 수 없습니다.) 올해 했던 다양한 활동이 재밌었고 저에게 조금 더 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회도 참가했고 운영해볼까
올 한 해 운영진으로 참가했던 대회 중 가장 큰 대회 두 개를 꼽는다면 Goodbye, BOJ 2021!/Hello, BOJ 2022!와 2022 UCPC입니다. 굿바이 헬로우의 경우 디자인과 굿즈 제작 및 발송을 맡았고 UCPC의 경우 전체적이 대회 기획과 구성, 그리고 온사이트 인솔을 부회장으로써 보조했습니다. 두 대회 모두 운영을 지켜보며 알고리즘 문제해결 대회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많이 배웠습니다. 특히 UCPC의 경우 맡은 일이 많았던 만큼, 그리고 약 2년 만의 온사이트 대회인 만큼 고생도 얻은 것도 많았습니다. 새로운 분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고요. 자세한 UCPC 후기는 이 글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대회 운영에 관여한 결과... 개인 대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왜 열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평소 좋아하던 보드게임을 테마로 한 개인 대회, 보드게임컵의 개최와 운영을 맡았습니다. 운영 관련된 부분은 온라인 대회고 개인 대회인 만큼 크게 걱정할 부분은 없었지만, 출제/검수는 저 혼자 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했던 만큼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며,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잔디 못 심으면 죽는 병 걸림
그 외에도 개인적으로 알고리즘 문제해결 분야에서 뿌듯했던 점이라면, 꾸준히 문제를 풀었다는 것입니다.
solved.ac 기준 현재 528일 연속 문제 해결로 최장 스트릭 랭킹 1등을 지켰습니다. 대부분의 문제가 쉬운 문제들이고 그렇게 많은 문제를 풀지도 않았지만 무언가를 꾸준히 했다는 사실 자체가 스스로에게 자랑스럽습니다. 최근 한 달간은 쭉 골드 랜덤 디펜스를 하고 있기도 하고요. 근데 왜 코포 레이팅은 안 오를까요. 개인적으로는 스트릭으로 인한 동기부여가 굉장히 잘 된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1000솔브도 넘을 수 있었고 문제 푸는 습관을 들일 수 있었어요. 내년에도 똑같이 꾸준하게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별티콘입니다만, 문제라도?
이걸 알고리즘 문제해결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외에도 2022년 상반기에 카카오톡 이모티콘샵에 『 코딩하는 한별이』 이모티콘을 발매했습니다.
처음 이모티콘 제작을 기획한 건 2021년도 2학기 시험기간으로, 시험기간에 늘 그렇듯 시험 공부를 제외한 모든 것이 재밌었기 때문에 이틀에 걸쳐서 이모티콘을 제작했습니다. 이후 카카오톡 이모티콘 출시 경험이 있던 shiftpsh 님이 도와주셔서 심사를 넣어보게 되었습니다. 심사 결과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 나왔는데 허들이 높다고 많이 들었던 만큼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걱정이 무색하게도 카카오톡에서 심사를 통과시켜줬고, 몇 번의 수정과 몇 달의 기다림 끝에 2022년 3월 한별티콘이 출시되었습니다.
제 그림이 실제 상품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만큼 굉장히 기뻤습니다. 평소에 이모티콘을 하나도 쓰지 않았는데 요즘은 한별티콘을 매일 쓰고 있습니다. 특히 으에에~와 LGTM이 정말 귀엽게 잘 나왔다고 생각해요.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중 아직 한별티콘이 없으신 분들은 카카오톡 이모티콘샵에서 구매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뭔씹 코딩 드립들 뿐이지만... 한별이가 귀여워요. 덕분에 제가 오늘도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학점은 평균치로 해달라고 했잖아요
학교 생활은 사실 회고할 게 별로 없습니다. 열심히 다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충 학점 맞춰서 전공을 듣고... 수업은 적당히 빠지고... 출튀도 조금 해보고... 평범한 대학생처럼 지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바빠서 2020-2021년에 열심히 진행했던 동아리 활동에 소홀했다는 점입니다. 학점은... 학점은 제가 학교 다닌 걸 생각해보면 나름 선방한 것 같습니다. 물론 1학년 때보다는 낮아졌지만 F를 주지 않으신 것만으로도 감사해햐 할 과목들이 있기 때문에... ㅎㅎ... 교수님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다만 졸업은 빠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학교 수업을 들으며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조금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대학생 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고 대학생으로서만 할 수 있는 것들도 많지만 (ICPC라든가 UCPC라든가 SCPC라든가) 학교에서 벗어남으로써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은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학점을 꽤 열심히 채워서 들었던 만큼 조금만 더 들으면 졸업이 가능합니다. 대학생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이 무섭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인 만큼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잘 되면 좋겠네요.
개발만 하는데 너무 어려움
2022년에 새롭게 시도해본건 개발이었습니다. 사실 작년까지는 코딩이라고 해봐야 알고리즘 문제해결과 간단한 봇 수정하기 정도가 전부였는데, 슬슬 뭘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고 우선 웹개발을 시도해보기로 하였습니다. 백엔드나 인프라를 전혀 안 한 건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프론트엔드에 집중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웹 비주얼노벨이라든가가 동아리 내부 사이트라든가 다양한 프로젝트를 했지만 올해 했던 프로젝트 중에 중요한 두 가지를 뽑는다면 Junction Asia 2022 해커톤과 별 헤는 밤BHNB 개인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두 프로젝트 모두 별도의 글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씩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웹개발을 공부하면서 느낀 점들이 많았습니다. 프론트나 백을 가리지 않고 무언가를 기획하고 만드는 것 자체가 즐거웠지만, 그 중에서도 결과물이 바로 눈에 보이고 엔드 유저와 직접 interaction 할 수 있는 프론트가 저에게 조금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알고리즘 문제해결이 얼마나 '안전한 환경'(더 쉽다는 뜻은 아닙니다)에서 이루어졌는지도 깨달았습니다. 간단한 예로 입력으로 무엇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대한 예외처리를 해줘야 합니다. 동아리 방에 사람이 몇 명 있는지 알려주는 프로젝트인 '동사몇'을 개발했었는데, 백엔드에서 입력값이 valid한지 확인을 안 해줬더니 동아리 선배가 해당 값에 -9999999를 넣는다던가 3.146592....을 넣는다던가 NaN를 넣는다던가 심지어는 '길드' 명 같이 string을 넣어서 저를 패닉에 빠트린 적이 있었습니다.
개발에 대해 느낀 바는 많지만... 결국 정리하자면 개발이 재밌다고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다만 제가 앞으로 쭉 개발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개발을 업으로 삼았을 때 쭉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는 아직 의구심이 듭니다. 언젠가는 개발을 좋아하지 않게 되지는 않을지 무서운 것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대충 해 보면 알지 않을까요? 아님망고
대학원생이 되지 못한 나는 마지못해 취직을 결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한 해 저에게 있어 가장 큰 일이라고 하면 (인턴이지만) 구인구직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개발 공부도 조금씩 하면서 자신감이 붙던 와중 아는 분께서 저에게 제가 하던 프로젝트와 관련된 분야의 인턴 자리가 있는데 지원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슬슬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미래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던 저는 그 제안을 냉큼 수락했고요.
별도로 소제목에 대한 얘기를 조금 하자면 주변에는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인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다들 대학원 진학 준비만 하고 취직 준비는 하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자니 불안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렇다고 대학원 준비를 하자니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저는 학교를 열심히 다니는 편도 아니었고 연구를 할 자신도 없었습니다. 이미 연구된 내용을 공부하는 것도 못 하는데 어떻게 새로운 걸 연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개발이 재밌기도 했고요. 그래서 대학원 대신 취직을 결정했고, 그 첫 걸음이 이번 겨울 시즌의 구인구직이었습니다.
구직을 위해 처음으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습니다. 정리하다 보니 생각보다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많아서 놀랐고, 프로젝트들을 어떤 순서로 보여줄지, 무슨 내용을 강조할지 등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주변 지인 분들의 도움으로 피드백을 받아 만족스러운 이력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한 회사에 인턴을 넣고 나니 왠지모를 자신감이 생겨 지인분들이 추천해주신 몇 개의 회사에 더 이력서를 넣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회사에 지원한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학교 생활과 병행하며 면접을 보고 과제를 하는 것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다음부터는 무조건 한 번에 한 회사만 지원할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겠죠? 다시 구직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무섭습니다.
별개로 면접을 위한 시간을 내는 것은 힘들었지만, 면접 준비를 한다든가 면접을 보는 것 자체는 힘들지 않았습니다. 완전 면접 체질인지는 몰라도 내가 이렇게 무언가를 잘 하는 사람이라고 자랑했을 때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는 사람은 면접관님 밖에 없기 때문에 면접마다 엄청 신나서 떠들고 왔습니다. 그렇다고 면접을 다시 보고 싶...다는 뜻은 아니긴 하지만요 ㅎㅎㅠ 혹시라도 면접에 대한 걱정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조금 편하게 생각해도 된다는 말이 하고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떨어진 회사도, 붙은 회사도 있었습니다. 붙은 회사들 중 한 곳에서 겨울방학 동안 인턴을 하기로 결정했고 이번주 월요일에 첫 출근을 했습니다. 첫 출근 전까지는 엄청 걱정을 많이 했지만... 이틀 정도 다녀본 결과 밥이 멋있고 회사가 맛있어요. 인턴 기간 동안의 퍼포먼스에 따라 졸업 후 전환 여부가 결정되는데, 일이 잘 풀리면 좋겠습니다. 다시 이력서 넣는 거 너무 무서워요...
이렇게 2022년의 회고가 끝이 나게 됩니다. 쓸 이야기가 많을 줄 알았는데 쓰다보니 적을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고 생각나지 않는 것들도 있어서 생각보다 금방 썼습니다.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았는데 바쁘게 살았던 것 같기도 하고... 뭐라 정의하기 힘든 한 해였던 거 같습니다.
여담으로 제목이 저런 이유를 제가 shiftpsh 님에게 마작을 가르쳐줬고, 시프트 님이 저에게 개발을 가르쳐줬기 때문입니다. 마작과 개발의 교환이라니... 아무리 봐도 shiftpsh 님이 손해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저한테는 좋은 일이에요. :yum:
다들 2022년 한 해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2023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에 또 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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